41일주가 되는 새벽이다.
친구가 말했던
이러다 죽겠다 싶을때 의 기분은 잘 모르겠었지만,
이쯤이면 가도 될 것같았다.
집정리를 시작했지만(진통하면서 매일을 정리했건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대충 눈에 보이는 대로 정리를 하지만,
배를 움켜쥐고 있는 어정쩡한 자세로 이쪽저쪽을 옮겨다니는 정도.
회사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함께 있어줬던 걸 알면서
마침 마무리 일을 해야하는 윤호오빠에게 빨리 좀 끝내보라고 아직이냐고 짜증을 부린다.
진통의 강도가 세다.
바로 낳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병원에 가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 정말 힘들어
라는 말에 출발한다.
출산리허설에 보았던 조산사님이
‘너구나 엄살쟁이’ 라는 표정으로 날 맞이하는 것 같았다.
검사결과.
아직 멀었다. 이러면 내진도 안한다.
그렇지만 밤이 늦었으니 5층에서 묶고 아침에 돌아가란다.
패닉상태에 빠져든다.
하지만 윤호오빠는 내가 집으로 가면 힘들어 할 것을 아니까 위에서 묶자고 한다.
나름 시원한 공간에서 잠을 청해본다.
윤호오빠는 옆에서 계속 컴퓨터를 하고 있다.
진통의 파도를 몇번을 넘기면서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퍽-하면서 액체가 흐르는 느낌이다.
눈이 번쩍 뜨이면서 하혈이야?? 라고 물었다.
윤호오빠는 양수인 것 같다고 하면서 핫라인으로 다시 전화를 건다.
양수가 터졌다. 12시간마다 항상제를 맞아야함으로
(다음날 아침 집으로 쫒겨날 판이였는데) 바로 입원조치가 이루워진다.
입원실이 꽉차 외래쪽에 있는 방으로 배정을 받았다.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밖은 외래오는 사람들(내가 그간 받았던 코스)이 있어 신경쓰였다.
무언가 몰래 숨어 있는 사람처럼 조용조용 조심조심.
출산센터에 방이 나오면 바꿔달라는 최윤호님의 당당함 ㅎㅎ 이 고마웠다.
방이 하나 나와 그방으로 옮긴다.
역시 출산센터가 그리고 방이 더 쾌적하다.
205호.
8월1일 병원에 갔데! 진통중이래!
여기서부터 기나긴 진진통과의 시간이 시작된다.
진통의 파도는 계속 넘긴다.
근데 그냥 넘기기만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반응을 지켜볼 뿐이다.
나도 모르겠고 윤호오빠도 모르겠는 눈치다.
8월2일 진통중이래! 머리가 보인데!
계속이다.
촉진제의 이야기가 살짝 나왔다.
윤호오빠는 반대의 의사다.
난 아직도 뭐가 맞는건지 잘 모르겠다.
단, 촉진제를 맞으면 지금 감당해내는 것에 몇배가 되는 진통으로 모든게 흔들릴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뿐이였다.
근데 무언가 필요하긴 했다.
출산동반자 둘라.
둘라를 부를까 했다.
역시나 윤호오빤는 반대였다.
둘이서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그런데 난 이게 맞는건지 그냥 이렇게 계속되는 태동 진통 검사와 항상제를 맞으면서 진통을 보내기만 하면 아기가 나오는건지
점점 확신이 서지 않았다.
유한 얼굴의 조산사.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도 그날의 팀장인 듯했다. 옷 색상이 녹색이였으니까.
그분이 둘라를 권했고, 난 윤호오빠가 답하기 전에 “네 그래야겠어요. 신청해주세요.”라고 빨리 말했다.
약간 까랑까랑한 목소리의 둘라 최덕임 선생님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때부터 나의 호흡부터 진통을 대하는 자세를 스텝바이스텝으로 고쳐주시고 지도해주시기 시작했다.
윤호오빠는 그때부터 잠을 자게 했다. 애기 나오면 가장 못 잘 사람이다.
진통의 강도는 점점 새지고
나의 아래 부분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간 잘못된 호흡들이였던 걸까?
둘라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부터는 더디지만 무언가 잡혀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편했다.
둘라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반대했던 윤호오빠 “둘라선생님 하길 잘한 것 같아~^^”
속으로 ‘거봐 이인간아 내가 뭐라그랬어!’의 생각이 들줄 알았는데
100% 공감하며 “그지 나도 너무 좋아” 하며 좋아했다.
이러는 과정에 나는 계속
10cm 다 열리고 머리가 보이는 상황에서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안나푸르나와 계속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