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배고파서 우는 것뿐인데
넘어갈 것처럼 울때
특히 밤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며칠 전은 밉다고도 이야기 했다
(다음날 미안해서 눈물 났다는)
가파른 숨을 쉬며 분유를 먹을때는
미안하다
가끔 이야기가 통할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이 분명 그리울것이라는 마음에
생각을 접는다.
어제, 지금도 사랑스럽고 내일 더 사랑스러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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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정소윤은 매 방학때 며칠동안 꽃동네에서 봉사를 하고 온다.
푸르나 나오면 본인한테 맡겨 달라고 했다.
오늘보니 어설프다. ㅎㅎ
알고보니 본인은 영유아반이였다고.
푸르나는 이모던 누구던 배고프면 우렁차게 울어댄다.
당황해하는 정소윤 ㅎㅎ
푸르나가 좀 더 크면 이쁜이모 좋아할꺼야-
조금더 기다려주자.

사랑스러운 정소윤이가 어느덧 고1이 되었다.
요즘애들 발육이 서구화 되고있어서 키는 별로 안크지만 몸매가~ㅎ
음,, 우리집안 내력은 아닌데.
나이차이나는 사촌동생들부터 우리때와 다르다.
여튼/
정소윤이 잠시 집에 와있는동안 이거 저거시켰는데
군소리없이 잘한다.
정소윤이 보내고 나서 난 또 마음 한켠이 미안해진다.
집에서 밥을 잘 안먹는다는 것도 걸린다.
워낙에 다크서클이 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밥 잘 챙겨먹으라고 메시지 보냈는데
녀석 그럴 것 같지 않다.
잘 다듬어주고 싶으면서도 또 스스로 잘 커갔으면 좋겠다.
정소윤.
미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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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안나푸르나가 우리에게 온지 12일이 되는 날.

이제 포동포동 살이 올라 날이 갈수록 귀여워진다.
경화는 꼼꼼하게도 블로그에 안나푸르나와의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있다.
손짓 발짓 몸짓 하나하나, 함께 지내며 생긴 일들.
그냥 보내긴 아까운가보다.
언젠가 안나푸르나가 이 기록을 보고선 어떤 생각을 할지.
엄마가 널 이렇게 키웠어 안나푸르나야.

어느샌가 경화는 안나푸르나의 좋은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9

잠시 윤호오빠가 점심을 사러 나가는 사이에
금요일처럼 또 다시 오로가 밑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번과 양이 확실히 다르다
푸르나는 내 한 손에 안긴채 울고있었고
난 한 손으로 빠르게 우유를 준비해야했다.
피는 계속 흐르고
어찌해서 겨우 푸르나를 일어서 있는 채로 우유를 먹였고 다행이 잠들었다.
그러면서 빈혈에 주저앉는데
떨어뜨릴까봐 꼭 끌어앉은 채 최대한 천천히 앉아 정신차리라고 계속 외쳤다.
정신과 상관없이 내 몸이 쿵쿵 위아래로 뛴다
이때가 가장 무서웠다
계속 괜찮아 질꺼라고,,
빈혈도 나아질때쯤 윤호오빠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보고 놀래지 말라고 문밖에 있는 윤호오빠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서 뒷수습.
앞으로 한 번 더 이런일이 발생될 경우에 병원에 가기로 했다.
두렵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날까봐.

윤호오빠가 푸르나를 참 잘본다
나를 돌봐줄때도 참 잘해준다
푸르나와 나는 윤호오빠 껌딱지 할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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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내일 특별한 일이 발생되지 않으면 푸르나가 집에 온다.
집에 입성하기 이리도 어려운 건지.
그렇지만 푸르나가 검사결과에 좋은 반응이였고, 또 잘 이겨내줘서
무사히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기를 보며 집에오면
함께 하지 못했던 일주일치 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꼭 끌어안아줘야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주물러 줘야지 생각한다.

카카오스토리에 내가 아기사진을 안올리니
재희에게서 연락이 왔다.
비슷한 시기에 출산계획이였던 세희씨도 연락을 했다.
(아가 나오면 연락주기로 했기 때문)
이제서야 아기의 소식을 전한다. 괜찮다고 내일 퇴원한다고.
무슨 일이 일어날 때 난 늘 이런 방법이다.
물어보면 잘 대답하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해결되고 나서 이야기 하는 편이다.
왕엄마는 그러면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중보기도의 힘이 필요할 때 너 혼자서 해결할려고 하면 안된다고,,
근데 난 그게 너무 어렵다.

이렇게 가슴쓸어내릴 일 많이 없었으면 좋겠다.
푸르나야,
내일 퇴원하면 정말 더 많이 사랑할께.
잘 이겨내줘서 고마워.
고마워-

오늘 메디에 가서 산후검사를 했다.
(윤희씨와. 원장님과 출산센터에 감사의 표시)
전체적으로 잘 아물고 있는 상태.
그러고 나서 윤희씨와 이야기 하고
푸르나를 보러갔다.
간호사가 푸르나에 대해 설명을 하려는 순간
밑에서 피가 마치 역류하는 것처럼 마구 뿜어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밑으로 뚝뚝뚝
점점 피가 바닥에 흥건해졌다.
산후검사 후 너무 원활한건가
간호사가 괜찮다며 함께 다리도 닦아주고 마무리도 해줬다.
놀래 달려온 윤호오빠.
다들 날 걱정했지만, 조그만 빈혈도 느끼지 못했던,,
다행이다. 나의 체력.
대 다 나 다!

기다림, 믿음

안나푸르나는 나에게 기다림과 믿음을 주는 아이같다.
안나푸르나는 쉽게 나에게 와주었고
너무 평범하게 뱃속에서 그렇게 커주었었는데
마지막에
역아라는 소리도 잠시 들었고,
심장이 미세하게 커서 큰 병원에 정밀검사를 받았어야 했고,
3일이라는 진한 진통을 겪으면서
그래도 믿고 기다리면 끝이 있다라는 걸 일깨워주는 듯하다. 괜찮다고, 믿으라고.
기다려줘.그러면 난
믿을께

내가말야,,
가끔 나에게 힘든 일이 올때
나는 극기훈련을 생각해.
그 극기훈련이 너무 괴로웠어. 특히 운동장에 눕혀놓고 다리를 들게한다음 좌우로 올렸다 내려놨다를 반복시켰던!
힘들겠으면 일어나 스탠드로 나가라 라근 교관 이야기에
서스름없이 일어났던 아이들을 보면서 에이형인 나는 그 아이들을 부러워하면서도
그 극기훈련을 하면서 ‘언젠가 끝은 있다’라고 이를 악물었던 그 쓸모없는 ㅋㅋ 고집?아집?근성? 여튼 부질없는 그 날을 떠올리며
언젠가 끝은 있다라고

이 괴로운 마음도 며칠이면 끝날꺼라고,
건강하게만 돌아오면 되고,
돌아오면 떨어져있었던 며칠 몇백배로 더 사랑할꺼라고 마음먹고
그렇게 하루를 길게 보내고 있다.

하루에 한번 면회를 간다
그때마다 자고 있다.
인큐베이터안에 있어서 만질 수는 없다.
그래도 오늘은 무언가 붙이고 있던걸 떼어내서 눈도 보이고 잠자는 안나푸르나의 배냇짓에 웃음나기도 했다.
아이가 엄청 잘 먹는다.
그리고 잘 논다.
또 눈 땡그랗게 떠가면서 잘 운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면서
너무 많이 크지마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워
그냥 건강만해져서 만나자
그 다음은 같이하자
속으로 이야기한다.

+2

결국 차병원으로 입원시키기로 했다.
차병원.
엄마가 정소윤이를 낳은 곳이다.
그날이 떠오른다.

“아기 너무 이뻐 보러와”
넓은 유리벽에서 이마가 눌려가며 아기를 바라보았던,
이날의 에피소드도 있지만,
정소윤이의 탄생은 나에게 매우 찬 느낌이였다.

윤호오빠와 함께한 출산
주변 친구 지인들의 지원 응원세례
출산 동반자의 격려 여러사람이 함께 모여 처리해줬던 그 따뜻한 느낌은
우리 엄마가 정소윤이를 낳았을 때 전혀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애기도 혼자 낳으러 가고.
내가 엄마를 보러갔을 때도 혼자 누어있었 던 것 같다.
노산이였어도 아기가 작아 건강하게 순산했는데,
본인이 낳은 아기를 면회시간에 맞춰 볼 수 밖에 없었고
순산하니까 병원에서 돈이 안되니
돈받아먹을려고 이주사 저주사 마구 권장했다던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내게 그 차디찬 느낌의 차병원에
안나푸르나는 준중환자신생아실로 격리된다.
태어나서 3일째 되는 아침에 떨어지게 된거다.
잠시라고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망연자실
기계적으로 보이는 곳에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를 넣어놓는다니
마음이 너무 아파 미칠 것 같았다.
몇몇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메디에서 씻기고 입혀준 베넷저고리와 속싸게를 주면서 가져가라고 말한다.
(엄마는 오빠 군대보내고 돌아온 사제복?을 보면서 그거 붙잡고 펑펑 울었다고 했는데)
3이되어 돌아올 것같았던 집에
나와 윤호오빠 2이서 들어왔다.

+1

출생 후 바로 다음 날 퇴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토요일인데다가 나의 난산을 동감이라도 하듯,
월요일에 퇴원을 하는 것으로 하고 일요일에도 편하게 있게 되었다.
시부모님이 오시고 아빠 어머님 정소윤이
그리고 혜영이 성원이 성원이어머님께서 방문해주셨다.
호진이는 낳은날 저녁에 발빠르게 왔다 갔다. ㅎㅎ 역시.

나의 컨디션은 역시나 좋았다.
밑은 계속 묵직하고,
잠은 계속 밀려오고,
안나푸르나는 밤에 울고,
그리고 난 계속 좋았다.

그런데,
안나푸르나의 호흡수가 빠르다고 한다.
신생가 호흡수의 2배정도로 빠르다고.
양수가 터진지 60시간
태어났을 때의 염증수치 등등
난산으로 인한 증상인 듯하다.
그런데 다른 증상이 함께 오는 것이아니라 딱 호흡만 빠르다.
조산사가 수시로 와서 호흡수를 체크하고 간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곳에 이상이 없어서 다들 좀 괜찮아지겠지, 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모유는 역시 돌지 않아 그냥 빨리고, 그리고 핑거수유로 보충에 들어간다.
배고픈지 엄청 잘먹는다. 다행이다.
그렇게 일요일이 저문다.